발자국 이야기

열정과 감동, 이제는 사랑

webmaster 2016.12.04 21:02 조회 수 : 543

-이 글은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가 창의적이다-시공사]책 맺음말에서 가져왔습니다.

발자국이 커 온 길을 되짚어 보자니 참으로 많은 사연들과 자랑거리들이 있다. 
그중에 가장 큰 자랑거리는 처음 시작이 4명의 꼬마들이었고 장소는 누추하기 그지없는 내 작은 작업실이었다는 것이다. 몇 번씩 되짚어 생각해도 얼마나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첫 시작인지……. 가르칠 친구들이 없어 동네에 사는 딸 친구들을 모았는데 미술을 전공했다는 것으로 그 부모들을 설득했다. 잘해 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낮없이 프로그램 연구만 한 것 같다. 지금도 첫째 아이와 두 살 터울인 동생, 용석이의 재롱을 세 살부터는 거의 기억하지 못한다. 머리와 가슴, 그 모든 것들을 수업 준비를 위해 썼기 때문이다. 올 초에는 20년 동안을 잘 버텨 준 작업실을 대대적으로 수리했다. 아주 낡은 곳이라 수리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 이사를 해 볼까 하는 생각으로 몇 군데를 다녀 보았는데 정든 곳을 떠난 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주변이 온통 고물상이던 옛날과 비교해 보면 지금은 작은 공원이 들어서고 분수까지 나오는 전망 좋은 작업실이 되었는데, 그 주변의 발전한 모습이 발자국 작업실의 성장한 모습 같아서 알게 모르게 더 정겨운 곳이 되어 왔던 모양이다. 떠날 생각을 하니 아쉽고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지금의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들’은 그 누추한 곳에서 열정 하나로 그렇게 시작되었다.

낮에는 아이들 수업으로, 밤에는 프로그램 개발로, 또 어머님들 상담에, 전화 받는 일에, 시간표 잡는 일에, 수강료 받는 일에, 그리고 어떨 때는 자동차 빼 주는 일까지.
영세한 학원이다 보니 나 혼자서 이런 일들을 다 맡아서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날은 먹는 물이 떨어진 것을 몰랐다. 암사동에서 마포까지 다니던 규현이 어머니가 교통 체증으로 짜증이 났는지, 정수기 물이 떨어진 것을 보고 옆 식품점에서 물을 사다 주면서 “쯔, 쯔.” 했던 기억이 난다. 규현이 어머니는 6년을 다니는 동안 계속 작업실의 물을 챙겨 주었는데, 그런 학부모님의 배려가 20년이라는 발자국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고 생각한다. 감사한 일이다.
조금 쌀쌀한 것 같은 이른 봄이었다. 문예진흥원이라는 곳(지금의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이한신이라는 분이 찾아왔다. 바로 개정 전의 이 책을 들고 와서 자신의 아이가 여섯 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프로그램을 진흥원으로 가지고 와서 제 아이에게도 이 교육을 시키고 싶고 더 많은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습니다.”라고 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그분의 그 표현에 감동했던 그때를 잊을 수 없는데, 아르코 미술관의 ‘발자국소리가 큰 아이들’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사교육 기관으로 시작해서 공공 기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인정을 받은 새로운 형식의 프로그램이 된 것이다.
초기에 제일 힘들었던 일을 꼽으라면 역시 좋은 교사들을 뽑는 일이었다. 지금은 좋은 교사들의 이력서가 쌓여 있을 만큼 젊은 작가들에게는 우리 작업실이 좋은 직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그때는 환경이 열악한 작은 학원에서 꼬마들을 가르치는 일은 작가로서는 회의스러운 경력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좋은 교사들을 만나고 아이들을 오래도록 부탁하기 위해서는 많은 수업 시간이 보장되어야 했다. 그래서 더 많은 분원이 필요했고 이런저런 이유로 발자국은 현재 아홉 곳이 되었다. 다른 특색과 다른 사연으로 생겨난 각 원들은 각기 다른 색깔과 다른 개성으로 마치 우리 친구들이 크는 것처럼 그렇게 커 왔다. 안정적으로 일할 곳을 찾은 발자국 교사들은 아이들과의 수업을 위해 밤낮없이 연구한다. 본인의 작업을 하듯이 아이 한 명 한 명의 개성을 지켜주는 소중한 마음으로 꼬마 친구들을 위해 많은 시간과 진정한 마음을 쏟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과의 작업 중에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엉뚱하고 기발한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끊임없는 연구가 필요하리라. 교사들은 모두 다 이러한 열정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은 또 아이들대로 뜨거운 열정을 쏟고 있다. 완성한 비행접시를 집으로 가져가다 날개를 부러뜨리고 나서 그 주인 꼬마가 어찌나 울던지. 다시 고칠 수 있다 해도 순간의 소중함이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을 자꾸만 만들어 내는가 보다.

모두와 함께했던 20년이란 세월은 정말 긴 시간이다. 
자랑스러운 첫 시작을 만들었던 열정. 
학부모의 배려에서 받은 감동.
울던 꼬마의 열정과 우리 교사들의 그것.
모두가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뜨겁던 열정과 벅찬 감동이 이제는 따스한 사랑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사랑으로 시작해 보고 싶다. 

이 책은 미술교육으로 아이들을 만나려는 교사들에게는 지침서가,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기를 원하는 부모들에게 방향서가 되기도 할 것이다.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는 부모의 역할은 더 이상 선택 사항이 아니라 시대적 요청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로서나 교사로서의 바른 자세를 다시 한 번 되새기고 싶다. 무엇보다 직접 아이들을 만나고 가르쳐 본 교사라면 누구나 알 것이다. 창의적인 능력은 가르치고 키우는 것보다는 타고난 능력을 얼마나 잘 지켜 주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창의력은 어쩌면 머리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행학습과 같이 머리에 많은 지식을 넣는 교육보다는 많은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성공할 때까지 계속 도전하는 태도나, 계속 새로운 것을 만들고 창조하려는 태도가 일상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 어린아이들의 호기심에 찬 눈망울과 그들의 생각, 몸짓, 표정, 그 어느 것 하나 신비스럽지 않고 기발하지 않은 것은 없다. 아이들에게서 성급한 답을 기대하며 타고난 창의력을 망치는 일이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다시 새로 만졌다. 오랜 시간이 흘러 다 성장한 자식을 보는 부모의 입장에서도 창의적인 아이를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여유로운 부모의 자세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아이들을 믿는 현명한 부모가 되기를 권하여 본다.

이 글의 앞에서 발자국을 시작할 당시의 어려움과 열정을 소개해 보았다. 자칫 잘못하면 자화자찬이 될 듯하여 몇 번을 망설였으나, 그래도 그때를 더듬어 본 이유는 지금 막 교사의 길로 들어서는 이들에게 희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뜨거운 열정만 있으면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고 그분들을 격려하고 싶었다. 부록에 실은 발자국 교사들의 글을 통해 교사로서의 바른 자세를 진지하게 배워 주기를, 아니 느껴 주기를 바란다.
아이를 창의적으로 키우기를 바라는 부모들, 창의적 교육으로 새롭게 아이들을 만나려는 교사들에게 내 경험이 올바른 나침판이 되어, 현명한 부모의 역할과 따스한 교사의 그것에 도움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2014년 8월
김 수 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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