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아동미술교육을 시작했을 때, 저에게는 아이들을 키우면서도 작가 생활에 미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우선 작업실을 마련하는 것으로 시작됐는데 오전에는 제 작업을 했고 오후에는 작업실 한 쪽 구석에서 동네의 꼬마들을 모아서 아동미술을 가르쳐 보기로 했습니다. 작업실의 임대료와 재료비라도 벌어보고 싶은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한 작업실의 이름은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들'입니다.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은 1300명의 아이들과 70여명의 선생님들이 참여하는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들’이 되었습니다.
사교육 기관인 아동미술학원의 성공요인은 아이가 학원에 오기를 좋아하도록 할 것과 학부모님들이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보여 줄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두 경우는 서로 상충되는 전제이기도 합니다. 아이가 미술학원에 오기를 좋아하려면 계속 관심 대상만을 생각하고 표현해야 합니다. 다양한 미술재료를 접한 어린 친구들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은 재료를 탐색하는 것이고, 아이들이 작업에 몰두하는 시간은 아주 짧은 것이 당연합니다. 하지만 엄마들은 미술대회 수상 같은 뭔가 대단한 결과를 원합니다. 짧은 시간의 집중으로는 어려운 결과들입니다.
이 모순과 어려움에 대해 설명하고 학부모님들을 설득하고자 책을 썼습니다. 아이들을 바꿀 생각은 없었고 아니, 그것은 불가능 했고 학부모님들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오히려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해서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가 창의적이다-시공사]라는 책이 나오면서 학부모님들의 모든 요구조건이 사라지고 전 아이들과 재미난 시간을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이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발자국소리가 큰 아이들’의 행복한 원장입니다.
발자국 작업실의 시작을 만들어준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가 창의적이다>가 이번에 개정 3판을 찍게 되었습니다. 저는 1998년 초판을 인쇄로 20년 넘도록 꾸준하게 읽혀진 책을 통해 제가 가진 오랜 운영 노하우를 드리겠습니다.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들 원장
김수연 올림